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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장강이라는 거대한 물줄기 위를 따라 오가기에는 너무도 작았다. 더구나 형태 또한 어울리지도 않았다.
화방(畵舫)이라 불리는 놀이용 배를 호수가 아닌 장강 위에 띄우다니.
누군가 본다면 저런 짓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나 매우 무식하다고 욕하거나, 미쳤다고 콧방귀를 낄 것이다.
하지만 화방에서 편안히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중년인은 무식해 보지도 않고, 미친 것 같지도 않았다.
단지 나이답지 않게 장난스러워 보이는 정도일까.
이런 기행을 벌이는 중년인이 강북 무림에서 가장 신비한 사람이라 일컬어지는 흑금대부 흑요검성이라는 것을 안다면, 모두가 놀랄 것이다.
놀잇배의 역할에 어울리게 술잔을 기울이며 노랫말을 흥얼거리는 흑요검성과는 달리, 그의 곁에 앉아 술잔을 채워 주는 여인은 꼿꼿하기만 했다.
더구나 교태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여인의 한 손에는 천리경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간혹 천리경을 들어 어딘가를 바라보다가, 중년인이 술잔을 내밀면 그제야 술병을 들어 잔을 채워 주고는 했다.
기녀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무성의한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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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인은 참지 못하겠는지, 혀를 차며 핀잔 어린 한마디를 던졌다.
“거참. 술이나 마시자니까 그러네.” 여인은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는 기녀가 파워볼게임사이트 아닙니다.” 중년인은 찔끔거렸다.
“누가 기녀라 했더냐?” “그리고 흑금대부님께서는 지금 놀러 나오신 것이 아닙니다.” “험. 거참, 깝깝하기는.” “대부님!” 흑금대부는 급히 술잔을 비운 후, 내밀었다.
“술이나 따라 보거라.” 여인은 작은 한숨을 내쉰 후, 술병을 기울였다. 그리고 천리경을 꺼내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흑금대부는 그런 여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눈을 흘기며 투덜거렸다.
“그참. 그냥 돼지에게 맡겨 두면 된다니까 그러네. 그러다 눈 빠질라.” 여인은 다소곳이 천리경을 내려놓고 말했다.
“그럴 수 없습니다.” “돼지가 오른팔이고 네가 왼팔인 것이 아직도 불만이냐?” 여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불만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아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돼지는 없으니까요.” “뭐?” 흑금대부는 천리경을 집어 들어 눈앞에 가져다 대고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천리안 안을 바라보던 그는 지나가는 투로 여인에게 말했다.
“축하한다, 흑매(黑莓).” “네? 무엇을?” “이제 오른팔이 되었구나.” 흑매라 불린 여인은 배시시 웃으며 두 손을 맞잡고 읍했다.
“고맙습니다, 파워볼실시간 대부님.” 흑금대부는 여전히 천리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차가운 목소리로 명했다.
“흑매, 보고해 보거라.” 흑매는 자세를 바로 하며, 머릿속에 가득한 정보를 정돈한 후, 건조한 음성으로 말했다.
“맹주부에서 보낸 호위단은 현재 동호(東胡) 북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동 경로상…….” 흑금대부는 바로 말을 잘랐다.
“다음.” “적금대부와 황금대부는 현재 단풍(團風)을 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동속도로 따지면, 하루 정도의 여유가…….” “다음.” “남 맹주의 동행자들과 홍련 일조의 생존자들은…….” 흑금대부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겠는지, 제가 듣고 싶은 보고를 물었다.
“백금대부는?” 흑매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흑금대부는 피식거렸다.
“지금도 역시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네.” “만통우사 쪽도?” “……네.” “능구렁이 같은 작자.” 흑금대부의 입가에서 으드득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천리경을 뒤로 휙 집어 던졌다.
“백종학 그자는 분명 움직이고 있다. 찾아내라. 무엇을 꾸미는지 밝혀내!” 흑매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 알겠습니다.” 흑금대부는 그런 흑매를 잠시 노려보다 주저앉으며 말했다.
“김빠졌다. 돌아가자.” “하지만 남 맹주를…….” “김빠졌다니까 그러네. 신호를 보내서 흑전단도 돌아오라고 그래.” “하지만 모용수인은요? 흑산조차 죽인 자입니다. 남 맹주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대부님께서 직접 나서야만…….” “신경 쓸 거 없어.” “네?” “모용가의 어린놈은 가만 놔둬도 알아서 죽어 줄 테니까.” “네?” “모용가의 어린놈은 마공의 성취가 높아진 것이 아니야. 그저 마장(魔障)에 빠졌을 뿐이야.” 천라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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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매가 되물었다.
“마장요?” “그래, 마장. 그냥 미친 거라 보면 돼. 알아서 죽어 줄 거다. 단 저 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제물로 하겠지. 가만있어 보자. 그럼 남 맹주도 죽으려나? 에이, 어리다 하나 명색이 남무림의 맹주인데, 그 정도 알아보는 눈은 있겠지. 에구, 다 귀찮구나. 흑매야, 뭍으로 가자. 어서 배나 돌려라. 어서!” “네……? 네.” 흑매는 떨떠름한 얼굴로 일어나 뒤편으로 가서 노를 잡았다.
그동안 흑금대부는 수송선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눈매가 가늘게 떨린다.
흑매에게 말하지 못했지만, 사실 흑금대부는 귀찮은 것도 짜증이 난 것도 아니었다.
단지 마장에 빠진 모용수인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물러나는 것뿐이었다.
마장은 필연적으로 실시간파워볼 수련자의 죽음을 동반하지만, 대신 일시적으로 익히고 있는 마공의 위력을 극성에 가깝게 만들어 준다.
교교귀영마공은 마공 중의 마공.
지금은 죽고 없는 삼신 정도가 아니고서는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아니다.
흑금대부는 자신의 무공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삼신에 견줄 정도는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또한 남무림의 젊은 맹주를 위해 목숨을 걸 만큼 호기가 넘치지도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한 잔 술로 기도하는 것뿐.

흑금대부는 술잔을 휘돌려 안에 든 술을 넓게 뿌리며 중얼거렸다.
“남 맹주, 살아 주시구료.” 기도가 아닌 애도일지도 모르겠다 싶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저 배 위의 사람은 대부분 죽게 될 것이다.
‘기적이라.’ 흑금대부는 문득 든 생각에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저 배 위에는 두 번이나 기적을 만들어 냈다는 젊은 영웅이 있지 않은가.
혹시 이번에도 그러할지 누가 알겠는가.
“이보게, 취응. 이번에도 어디 한번 기적을 일으켜 보겠나?” * * * 난운도는 장전비가 스스로 한쪽 날개라 부르는 애병이지만, 이 순간 도집에 닫혀 있어야 했다.
천순도와 지모도, 이 두 개의 칼로 구사하는 질풍참이야말로 현재 장전비가 구사할 수 있는 최고의 절초이다.
“하아아압!” 얾매이지 않는 자유, 거침없는 용맹, 그리고 꺾이지 않는 투지!
그것이 질풍참의 근간이고, 또한 현재의 장전비이다.
그대로 쓸어 버리자!
장전비는 파워볼사이트 전신의 공력을 두 개의 칼에 머금고, 그대로 모용수인을 휩쓸었다.
투로는 있으나 형식은 없고, 공격은 있으나 방어는 없는 질풍의 참격이 모용수인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모용수인에게는 질풍이 아닌, 하늬바람 정도에 불과했나 보다.
그는 칼이 자신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마다 손목을 까딱거렸다.
고작 그뿐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장전비가 혼신의 힘을 다한 질풍의 참격은 깨어지고 흩어졌다.
질풍참은 불퇴전(不退戰)의 용맹으로 끝없이 휘두르는, 연환의 참격.
모용수인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거대한 역도에 가슴은 파이고, 피부는 갈라져 가지만, 장전비는 멈추지 않았다.
내장까지 상하는지 입가에 파워볼게임 핏물마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피해 뒤로 물러선 건 장전비가 아닌 모용수인이었다.
모용수인이 얼굴이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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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딱거리기만 하던 손을 들어 올려 볼을 쓰다듬는다.
볼의 피부가 살짝 갈라져 몇 방울의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의 얼굴은 더욱 사납게 구겨졌다.
반면 장전비는 핏물에 목욕이라도 한 것처럼 상처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씩 하고 미소 지었다.
마치 자신이 이겼다는 듯한 당당함이 느껴졌다.
지켜보는 이들은 그저 어이가 없었다.
겉으로 봤을 때 손해를 본 건 분명 장전비이건만…….
하지만 가슴을 뜨겁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장전비는 흑산보다 강한 것 같지는 않았다.
더구나 지금 입은 상처만 보아도 당장에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성싶었다.
하지만 묘하게 두근거렸다.
저 사람이라면, 뭔가 해 줄 것 같았다.
아니, 해 줄 것이다. 그것도 아니다. 하게 만들어 주자!
장전비의 모습이 가슴에 박히니, 모용수인이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강북의 젊은 영웅, 천리취응.
기적을 만드는 무(武)의 신풍(新風).
그런 건가? 이게 바로 기적의 이유였던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장전비의 주변을 보좌하고 섰다.
모용가의 무인이고, 흑전단원들이고 상관이 없었다.
마치 홀린 것만 같았다.

그 광경을 멀찍이서 구경만 하고 있던 남궁대강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참 나, 이런 경우도 있군.’ 마교와 싸웠던 건 북무림만이 아니다. 오히려 남무림의 무인들이 더욱 용맹히 싸웠었다.
하기에 단심맹은 과거를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요직에 오른 이들에게 필수적으로 천산마교와 그들의 무공에 대해 공부하도록 했다.
그런 탓에 남무림의 맹주인 남궁대강은 마교의 절대마공인 귀영마공을 매우 잘 알고 있다.
내심, 조금 전 죽어 버린 흑산보다도 상세히 알고 있다 자부했다.
귀영마공은 흡정공의 본류이며 정점이다.
하지만 귀영마공의 무서움은 흡기나 취정이 아니다.
흡정이란 행위는 단지 공력이나 신체 능력을 배가시키기 위한 편법에 불과하다.
귀영마공의 무서움은 다른 곳에 있다.
귀영마안(鬼影魔眼).
흡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채정자들의 의지를 꺾고 순응하게 만드는 미혼의 공능이 서린 눈.
저 흰자위 없는, 흑진주같이 검은자위로만 된 눈동자가 그것이다.
하지만 안다고 하여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남궁대강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귀영마안에 미혹되어 있었다.
귀령마안에 의도된 공포에 질려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바로 조금 전 장전비가 마안의 법술을 깨 버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가 의도하고 벌인 것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알 수 없지만 적절한 시기에 나섰다.
하기에 귀영마안에 미혹되었던 장내를 환기시킬 수 있었다.
더욱 놀랄 만한 일은 그 이면이었다.
장전비가 억지로 깨 버린 탓에, 미혼의 잔재에 힘입어 장전비의 형상이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버렸다.
이곳에 있는 모용가의 무인과 흑전단원들은 죽기 전까지 장전비를 따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최면인지도 모른 채.

남궁대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자신 역시 어느 정도 마찬가지였다.
‘기적 같은 일이군.’ 기적을 만들어 내는 강북의 신진영웅이라고 했던가?
남궁대강은 혀를 내둘렀다.
‘욕심이 나는구먼.’ 이 감정이 미혼술에 의한 각인 때문인지, 아니면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호감인지 알 수 없었다.
그사이 멈췄던 싸움이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모용수인은 씩씩거리며 장전비를 노려 가고 있었다.
장전비는 움직일 힘이 없는지 그저 칼을 들어 올리며 기다릴 뿐이었다.
이미 상처가 깊은 장전비는 더 이상 상대할 힘이 없을 터.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지!’ 남궁대강은 검을 뽑아 들며 거칠게 뛰어나갔다.
감히 범접하기 힘든 웅장한 기세가 그의 전신에서 피어올랐다.
“제검초현(帝劍初弦)!” 콰콰콰콰쾅!
모용수인은 가슴이 쩍 갈라진 채 날아갔다.
지금까지의 엄청난 무위와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모습이었다.
아니, 초라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남궁대강이 구사한 검식이 절대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압도적인 위력.
가희 절대적인 힘이었다.

장전비는 놀라 자신의 옆에 선 남궁대강을 돌아보았다. 남궁대강은 보았냐는 듯 씩 웃고는 주저앉았다.
“허억, 허억, 허억!” 그 한 초식을 구사한 것이 그리 힘이 드는지, 숨소리가 내장마저 토해 낼 듯 거칠다.
뒤늦게 놀란 당심한이 날아와 내렸다.
“맹주! 어찌 제왕검형(帝王劍形)을!” “하아, 하아! 제왕검형은 개뿔! 하아, 하아. 철검십식(鐵劍十式)이지.” 장전비뿐 아니라 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왕검형과 철검십식은 하나의 검법을 일컫는 같은 말이었다.
언젠가부터 무림인들은 남궁가의 가주비전검법인 철검십식 중 후삼식을 제왕검형이라 부르게 되었을 뿐이다.
제왕검형을 또 달리 부르는 말이 있다.
단심맹의 초대맹주인 검신 남궁수의 독문검법이라고.
그러한 전설을 가진 절대검학 제왕검형의 일식이 바로 제검초현이었다.
“어쩌자고 제검초현을 쓰신 거요! 전신의 공력이 고갈되어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다그치는 당심한이 귀찮은지 남궁대강은 눈살을 찌푸렸다.
“시끄럽고, 넌 복희포나 준비해. 저 자식 아직 죽지 않았어. 어이, 취응! 중요한 이야기이니까 잘 들으시게.” 장전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친구는 지금 마장에 들었어.” “마장요?” “말하자면 주화입마(走火入魔)랑 비슷한 거야. 다르다고 한다면 주화입마에 들면 저만 죽거나 병신 되고 끝나지만, 마장에 든 자는 미쳐 날뛰다가 죽어.” “미쳐 날뛰다가 죽는다?” “그래. 마공이 속성이 가능한 건, 하단이 아닌 상단전부터 건드리는 역천(逆天)의 경로를 행하기 때문이야. 상단전이 위치한 뇌는 잘못 건드리면 미치지. 뭐, 잘 건드려도 대부분 미치지만. 하여간 마공을 익히면 마성에 빠진다는 건 그 때문이야. 뇌를 건드리는데 잘못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겠지. 저놈 친구였다고 했지? 예전과는 성격이 많이 달랐겠지? 귀영마공의 영향 때문일 게야.” 장전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나 싶었다.
어느 면에서는 안심이 되었다.
그처럼 분별없이 사람을 죽였던 건 모용수인이 변한 것이 아니라, 마공의 폐해 때문이구나 싶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제 저놈은 그냥 미친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미쳐 버렸어. 마장이란 그런 거야. 근데 마장에 빠지면 딱 하나 장점 아닌 장점이 있는데, 그게 큰일이야.” “그 장점이 뭐기에 그럽니까?” “죽기 전까지 선천지기(先天志氣)를 마구 뽑아다 쓰지.” 장전비의 눈이 동그래졌다.
“선천지기를?” 선천지기는 하늘이 생명에게 부여한 본연의 기운으로, 영혼을 육신에 붙들어 두는 힘의 근간이기도 하다.
내력과 같은 물리적인 힘이 아니다. 각성을 이끌며, 대도와 해탈을 이룰 수 있게 돕는, 힘이라기보다 깨달음의 단서이다.
전해지기를 득도한 자들은 선천지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데, 그건 하늘만이 허락된 초능이라 했다.
무 역시 도에 이르는 길 중 하나.

하단과 중단, 상단을 일원하여 천인합일의 경지에 이르면 그러한 능력을 가질 수 있다 한다.
그것이 바로 입신의 경지이다.
그리고 삼 년 전 설생이 보여 주었던 무력이기도 하다.
잠시뿐이라지만, 모용수인이 그 설생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된다고?
감당할 수 없다.
장전비는 침을 꿀꺽 삼켰다.
“무적(無敵)이라는 거군요.” 남궁대강은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뭐, 다행이라면 잠시뿐이라는 거지만. 자, 결정을 하게. 맞서 싸울 텐가? 도주를 할 텐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의 모용수인은 무적이다. 싸우면 죽는다.
어차피 마장에 빠진 모용수인은 선천지기가 바닥나면 알아서 죽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도주하는 것이 옳다. 모용수인이 추적해 온다고 해도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면 최소한 반은 살길이 열린다.
‘하지만…….’ 장전비의 눈이 주변을 훑었다. 배 곳곳에 숨어 있는 승객과 선원들.
도주를 택하면 저들은 모두 죽게 될 것이다.
모용수인은 지금 생력을 탐하는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바, 저들의 미약한 생력을 모두 탐하고 난 후에야 움직이겠지.
장전비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어찌 제가 결정을 내리라는 겁니까?” 남궁대강은 질투인지 짜증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을 얼굴에 담으며 말했다.
“자네가 대장이니까.” “네?”
그때 흑전단의 무인 하나가 외치듯 말했다.
“위에서 퇴각하라는 신호가 떨어졌습니다! 취응, 어찌하여야 할까요?” 장전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걸 묻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말했잖나. 네가 대장이라고.” “대체 무슨 의미입니까? 대장이라니요.” “설명할 시간이 없어! 그냥 결정을 내리면 돼!” 모용수인이 일어서고 있었다.
남궁대강의 일격에 갈라졌던 상처가 눈에 띄게 아물어 있었고, 흑진주 같은 두 눈동자는 광채를 뿜어 주위를 검게 물들였다.
“크르르르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정력이 흡수당하는 것만 같았다.
장전비는 칼을 높이 들고 외쳤다.
“흑전단과 모용십팔기는 들으시오!” 양측의 무인들은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듭니다.” 장전비는 짧은 한숨을 쉬었다. 상전을 대하는 태도이다. 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지만, 장난 같지는 않았다.
“휴전을 하오! 지금부터 두 집단은 이 배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지켜 주시오!” “네, 명을 받듭니다!” “네, 명을 받들겠습니다!” 남궁대강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다 죽자는 건가? 그게 자네의 선택이라면, 할 수 없지.” 남궁대강만을 따르는 당심한조차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장전비는 이들이 대체 왜들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뭔가 자신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사정이 있는 모양인데, 정작 본인이 모르고 있으니 답답했다.
나중에 알아보아야겠다 다짐할 뿐이다. 나중이 온다면야.

장전비는 빙긋 웃었다.
“다 죽지 않습니다.” “그럼?” “죽으면 저만 죽겠지요.” “뭐?”
장전비는 대꾸치 않고 앞으로 나섰다.
“모용수인!” 모용수인은 짐승같이 그르렁거릴 뿐이었다.
“내 친구 모용수인은 어디 있는가! 정말 어디에도 없는 건가! 모용수인!” 모용수인의 검은 동공이 흔들거렸다.
짐승 같은 울음도 삼키고 억눌렀다.
그러한 변화가 만족스러운지 장전비는 양손의 칼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환히 웃으며 외쳤다.
“싸우자!” 모용수인의 얼굴에 사르르 사람다운 미소가 어린다.
“싸, 싸, 싸우자.” 장전비는 몸을 돌리며 손짓했다.
“따라와.” 장전비가 빠르게 달려가 난간을 발로 박차고 높이 솟구쳐 올랐다. 마치 한 마리의 새처럼 날아오른 그는 장강 위로 솟아 있는 태양 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눈이 시려 그런 장전비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볼 수 없었다.
휘리리리릭.
검은 안광을 흩날리며, 모용수인이 그 뒤를 쫓아 몸을 날렸다.
정적이 흘렀다.
생명을 들이마시던 마왕을 몰고 간 수리는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약속한 바 없건만 배 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장전비가 사라진, 태양이 떠 있는 방면을 향해 두 손을 모아 포권을 취했다.
“부디 살아 주시게.” 남궁대강이 중얼거리는 말은 모두의 바람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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